구두는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할 때 또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신는 경우가 많다. 신입 사원 면접을 볼 때, 정장을 입고, 신발은 구두를 신는다. 결혼식장 또는 시상식 등 중요한 자리에서도 구두를 신는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 구두는 필수품이다. 구두와 함께한 상황들은 모두 가슴 벅차거나 무언가의 떨림을 가지고 있다. 

 따그닥, 따그닥 구두 굽소리에 어느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 누군가의 사랑 고백 등의 떨림을 가지게 하는, 구두를 만들어 내는 골목. 사람들의 꿈을 찍어내는 공장, 성수동 구두 골목이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큰 고가도로를 사이로 왼쪽이 구두 제작 골목 오른쪽이 구두를 판매하는 골목이 있다. 구두를 판매하는 곳도 오래된 건물들은 이젠 찾아볼 수 없고, 신식 골목과 새로 열 준비를 하는 큰 매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옛 구두점. ◯◯ 제화라는 매장을 볼 수 없어 아쉬움 발걸음으로 구두를 제작하는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구두 골목의 초입을 찾기 위해 이리 저리 다니면서 새로운 것들과의 만날 수 있었다. 도시적일 것만 같던 서울 속에도 시골 분위기의 밥 짓는 냄새가 솔솔 나고, 70년대 드라마 세트장 같은 국밥집들이 이어져 있었고, 성수동 구두 골목도 블로그를 많이 탄 덕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모델들이 골목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카메라를 든 탓에 나의 시선을 피해 딴청을 하는 모습에 그 자리를 얼른 비켜 주었다.

  마침내 찾은 곳은 구두 골목 초입인 어느 건물 옥상에 설치된 금색 하이힐을 찾았다. 금색 하이힐이 성수동 골목을 위에서 밝혀주고 있었다. 주변 구두 제품 상점 직원들도 이 하이힐을 보면서 ‘내가 구두를 만들고 있구나.’ 자존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하이힐을 지나 주 골목을 걸었다. 대부분이 구두 피혁(가죽), 구두 굽, 구두 끈, 구두 위에 달 장식품 등 구두를 만들기 위한 것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 골목의 구매자들은 일반인이 아닌 구두를 만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으로 들린 점포는 구두 굽만 판매하는 가게이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전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조심히 들어가 정중히 부탁을 드리고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사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하셔서, 사장님 부탁에 사진도 잘 찍으려고 노력했다. 이 가게는 강원도 원주에 공장이 있어 검형 틀을 이용해 구두 굽을 찍어내서 이곳으로 들여와 주로 동대문 시장이나, 금강 제화 등 유명 브랜드에도 납품한다고 한다. 구두 굽이 손에 꼽을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엄청 다양했다. cm별로 수 십가지에 달했다. 구두 굽의 소재도 다양하고, 구두 굽만 보아도 ‘이건 어디에 쓰이겠구나.’ 하면서 상상을 했다. 문득, 사장님께 ‘어떤 굽이 요즘에 유행하나요?’ 질문을 드렸더니, ‘구두 굽은 여기 보시다시피 다양해서 특별히 무엇이 유행이 간다? 이런 건 없다’고 하셨다. 또, 사장님께서는 어떤 구두를 즐겨 신느냐고 물었더니, ‘보세요, 난 편안한 거 신어. 여기 저기 돌아다녀야 하니깐.’ 정말 누가 봐도 편안해 보이는 구두였다. 바쁜 와중에도, 질문과 사진 촬영을 허락해주신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두 번째로 들린 가게는 가죽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이곳은 가죽도 판매하고 디자인도 직접 해서 바로 옆에는 내부의 작업장에서 만들어진 구두와 가방을 판매도 하는 구조였다. 사장님께서는 없었고, 아르바이트생에게 부탁하여 사진 촬영을 하며,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가게 안은 가죽 냄새로 가득하여 취하는 듯 했으나, 작업 공간에 여기 저기 조각난 가죽을 보면서 하나의 제품이 태어나기 까지 만드는 열정에 나는 매료되었다. 구두 제작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르바이트생뿐이여서 궁금증을 풀 수는 없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발을 옮겼다. 세 번째 가게는 밖에서도 작업 소리가 들리는 공간이었다. 무언가를 깎고, 가죽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중히 부탁을 드렸지만, 자신만의 기술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여 그곳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성수동 구두 골목에서는 주말을 잊고 또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실어줄 구두를 만들고 있었다. 정작 자신들은 그 꿈과 희망을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누군가에게 이를 선물해주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지는 또 모르겠다. 사회에 처음으로 내딛는 사람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에 참가한 사람들,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는 사람들 등 모두들. 이 구두를 신고 앞으로 힘든 일이 있더라도, 처음 그 때의 느낌을 잊지 않고 이어가길 바란다.

  끝으로, 성수역에 있는 구두골목에 대한 소개글을 적어 보았다. 작은 동네 수제 구두점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는 없다. 그래도 대도시의 제조업과 고용률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명품 구두에 도전한다.’는 꿈을 가진 성수동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더욱 반가운 것은 지금 이 동네의 가능성을 느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탈산업화시대에 성수동은 서울의 제조업이 살아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준공업지역이다. 물론 성수동 역시 외국산 저가 구두의 공세, 기술을 이어갈 사람의 부재 등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다. 구두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구두를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화려한 디자이너만 되고 싶어 하는 현실에서 성수동 지역의 고민은 계속된다. 그러나 이들의 작은 꿈과 기술이 공유되고, 사람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가죽과 구두로 새로운 신화를 창도하는 날이 오기를 우리 모두는 바라고 있다. 그 바람을 성수역사내 2층 통로공간, 1층 수제화 공동매장에서 펼쳐보았다. 비록 이것은 서울의 한 작은 지역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들이 모여 거대한 서울의 지속성을 열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마치 동네 철물점 하나가 살렸던 것처럼. Ahn



대학생기자 김재현 / 충남대 전자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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