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_ 안랩 사보 ' 보안 세상 '
아침이면 입김에 두 손이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는 겨울이 일찍 찾아오고 있다. 이 추운 겨울이 오기 전,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경주의 길'을 하루 빨리 소개하고자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경주 하면 불국사, 석굴암 등 세계문화유산이 많은 곳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수학여행으로 거쳐 갔을 공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문화재와 어우러진 자연을 품고 있는 길을 조명해보려 한다.
대릉원 옆 돌담길은 서울 덕수궁 옆 돌담길과 달리 아담한 크기이다. 아담한 크기에 비해 길이는 길다. 돌담길의 가로수는 벚꽃나무로 이루어져 있어 봄에는 벚꽃이 피어 돌담길을 흰색으로 물들여 주고, 햇빛이 쨍쨍한 여름날에는 땀을 식혀줄 그늘이 되어 주고, 가을에는 빨갛게 옷을 갈아입고, 겨울엔 가지만이 남아 돌담을 지키는 병사들이 열병해있는 것같이 돌담길의 배경에 마법 주문을 걸어 놓는다. 긴 돌담길 뒤엔 무엇이 있을 지 궁금하게 길 초입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길이 휘어져 꼭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 마침내 돌담길 끝에 다다랐을 땐 또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는 산을 배경으로 큰 릉이, 왼쪽으로는 멀리 첨성대가 보인다. 대릉원에서 안압지 가는 길은 자연 속의 문화재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여러 가지색의 꽃들이 문화재를 감싸면서 심어져 있다. 그 길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꽃들이 향기를 뽐내고 있어, 하나하나 음미해가며 천천히 길을 걸을 수 있게 된다.
중간쯤 걸어오면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나의 허리보다 약간 높게 심어져 있다. 코스모스 꽃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 내가 없어진 듯 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엄청난 양의 코스모스들이 반기고 있어 코스모스 길 사이로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봄엔 코스모스 대신 유채꽃들이 심어져 있어 벌써 봄이 기다려진다. 코스모스 사이에 푸른색으로 덮인 터널이 나의 발걸음을 옆길로 새도록 한다. 그 터널엔 기다란 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녹색 비가 내리는 듯 박들이 피로에 지친 눈을 맑게 해준다.
길 주변에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느리게 여유롭게 자연을 느끼면서 걸어 갈 수 있다. 잠시나마 쉼을 마치고 다시 길을 걸으려는데 코스모스 길 사이로 첨성대가 보인다. 마치 첨성대로 가는 길을 안내하듯 큰 길도 아니고 두 명에서 걸을 정도의 크기로 양 쪽은 키 큰 코스모스들이 소개하고 있다.
코스모스 길을 뒤로 한 채 다음으로 만난 건 무언가 동양적인 미를 가진 연꽃들을 만날 수 있다. 연꽃은 활짝 핀 것, 움츠리고 있는 것 등 여러 형상을 띄고 있는데, 움츠린 것은 다보여주지 않는 절제미를 느낄 수 있다. 연잎은 연꽃들을 받쳐주고 있는 그릇 같아 보인다. 물병에 물을 연잎에 살짝 떨어뜨려보니 물이 방울방울 맺히는 게 왜 드라마나 만화를 보면 연잎으로 우산을 이용했는지 알게 해준다.
나중에 비가 쏟아지면 비를 피하러 연잎 밑에 꼭 와야겠다는 낭만적인 상상을 하면서 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의 첨성대도 참 멋지다. 여러 각도에서 보는 첨성대와 그 뒤의 배경이 달라져 방금 전에 본 첨성대가 맞나 할 정도로 다양한 매력을 가진 것 같다.
다음으로 소개할 경주의 아름다운 길은 보문 관광단지라는 곳으로 버스로 15분 정도 이동한다. 지금 봄은 아니지만 가로수들이 모두 벚꽃나무이기에 문화재로 가득한 경주 둘레를 벚꽃나무가 안내하는 것 같다. 이전에 첨성대를 코스모스와 많은 꽃들이 안내하듯이. 경주의 슬로건 ‘beautiful’이 잘 어울리듯 경주는 아름다운 꽃들과 옛 유적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냥 시내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는 것이지만 ‘두 가지의 조화를 볼 수 있는 곳은 경주뿐이지 않을 까?’ 생각하며 어느새 보문 관광단지에 다다랐다. 보문단지 초입 부분에 내려 오른쪽으로 보문호수를 끼고 길 양쪽으로는 어김없이 벚나무들이 끝없이 나열되어있다. 호수에는 하늘이 거울을 보듯 반사되어 도화지에 수채화를 그려놓은 것 같다. 이렇게 보문 호수는 경주의 미술관이 되었다. 길을 걸으며 감상할 수 있고, 시원한 공기도 마실 수 있어 시멘트 속 미술관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드디어 벚꽃나무는 작별을 하고 버드나무가 어서 오라고 축 늘어지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버드나무는 창가의 커튼처럼 나무 밑을 걸을 땐 커튼을 넘기면서 걷게 한다.
이렇게 경주의 아름다운 길은 저마다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일상에 지치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사진 한 장의 추억을 남기러 카메라를 챙겨 마음 맞는 이와 함께 경주의 아름다운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 오늘 걸어온 길 : 대릉원 옆 돌담길 - 첨성대 둘레길 - 버스타고 보문단지 선덕여왕 공원 하차 - 보문호수 둘레길 - 오리배 선착장 Ahn
대학생기자 김재현 / 충남대 전자공학과
Positive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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